티샷 하기에 앞서 워터해저드를 걱정하는 플레이어가 있다.
워터해저드 초입을 공략하고 세컨 샷 에서 좌우측으로 커브가 있는 도그렉홀 같은 경우 플레이어가 처음부터 꺽여있는 산등성이를 공략 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낼때가 있는데 이를 지켜보는 캐디가 만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로스트볼에 대한 잠재적 리스크로 인한 진행부재의 압박이다.
무슨말이냐 하면 일반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I.P 지점 을 공략하지 않고도 충분한 비거리를 가진 골퍼에게는 더 좋은 공략 코스가 될 수 있는데, 어떠한 통계적인 수치나 그동안 관찰했던 경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가장 빠른 진행속도를 유도하기위해 해당 플레이어들의 핸디캡을 하향 평준화 하려는 심리적 의도를 가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반대로 비거리가 충분하지도 않은 플레이어를 티샷에서 무리하게 베스트웨이로 유도하여 OB나 해저드를 유발하게 만들어 오비티로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것일까?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캐디의 "모럴해저드" 라고 칭하였다.
캐디의 모럴해저드란, 캐디가 플레이어의 특성이나 장단점을 파악하여 그것을 보완하거나 활용하려 하지 않고, 그동안의 코스 경험을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의 가장 빠른 경기 진행만을 유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려는 성향이나 태도를 일컫는다. 즉 코스에서 경기 진행시간 단축을 위해 고객들이 모르는 나에게 가장 좋은 효익이 되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하여 그 방향대로 경기 흐름을 이끄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골프장에서 많이 일어난다.
캐디들이 가장 싫어하는 손님의 부류가 있다면 골프실력이 낮거나, 매너가 형편없거나, 진행이 안되는 손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골프 실력이나 매너는 형편없지만 빠른 진행에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골퍼에게는 호의적인 태도를 내비치어 보이는 캐디도 많다.
과거 한 골퍼가 경기 라운딩 종료후 이러한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떠났던 기억이 난다.
"골프를 치러 왔는지, 유격을 하러 왔는지 모르겠소. 당신은 캐디요 유격 조교요?
필자는 이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실제로 당시 이 팀은 그렇게 빠른 진행을 한것도 아니고 느린것도 아니었지만 왜 그렇게 진행을 1순위로만 두었던것일까. 입사당시 선배 캐디가 했던말이 머릿속에 박혀있었던 것일까.
"진행 잘하는 손님이 최고야."
심지어 필자가 캐디로 근무하던 당시의 골프장중 하나는 교육에서도 진행에 대한 부분만 강조했다. 실제로 이러한 방법들에 관하여 고민하고 연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캐디 진행 잘하는법, 빠른진행 이끌어내는법,"
서비스업에서 매뉴얼이란 하나의 상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집합체이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계나 스마트폰은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면 업데이트 되고 보완이 되지만
서비스업에서의 매뉴얼은 보수적인 시각과 관점에서 평가되고 보완 되어져 왔다.
땅콩회항 사건에서 승무원이 마카다미아라는 땅콩과자 포장지를 뜯지않고 제공한 결과가 비행기를 리턴 시켜버렸다. 기계는 일련의 과정과 절차에 의해 얼마나 많은 변수를 최소화 시키는지에 따라 그 제품의 성능을 평가할수 있지만 서비스업에서의 제품 성능은 보수적인 매뉴얼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에 따라 그 성능과 가치가 결정 되는것이 아니다.
또한 절차와 매뉴얼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따라 자신의 가치나 직업 가치관이 평가 되는 것도 아니다. 평가는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고 업데이트 또한 결국 자신 스스로가 해내야만 그 결과를 자신이 평가 해볼 수 있는 것이고 그 가치를 대자적 관점에서 논해볼 수 있을것이다. 그래야만 자신만의 고유한 퍼스넬리티가 무엇인지 깨닫게 될 수 있고 자신의 목표를 더욱더 선명하게 그려볼수 있는것이다.
필드에서 캐디의 존재 목적은 오로지 골퍼를 위함이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해서는 안될것이다.
대안을 제시하고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는 캐디들이 의외로 많다.
그대는 누구를 위한 캐디인가?
골프장인가 아님 고객인가?
서비스를 하고 있는 주체와 객체를 혼동해서는 안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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